자화채란 요령과 발색
자화도 황화처럼 자생지에서 명품을 채란하기에는 까다로운 품종 중의 하나이다. 자화로
서 명품이 될 수 있는 조건은 포의, 꽃대부터 설판과 꽃잎 끝까지 자색으로 충만해야 한
다. 그러한 자화를 자생지에서 발견한다는 것은 사실 홍화를 찾는 것만큼이나 힘들다. 자
화 중에서도 가장 으뜸가는 명품 자화는 설판까지 온통 자색으로 물든 색설 자화이다. 색
설 자화는 비록 자화의 면모를 갖추지 못 했다 하더라도 색설이라는 품종 자체만으로도
희귀품으로 분류할 정도이다.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자화란 위와 같이 명품 중의 명품에 속하는 그런 자화는 비록
아닐지라도 자라는 환경의 조건과 여건의 미흡함으로 명품인 지 아닌 지 구분이 가지 않
는, 일부 자색이 충만하여 발색 노력만 조금 기울이면 명품 자화로서 전혀 손색이 없는
충분한 관상가치를 지닌 그런 자화의 채란 요령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늘 초보자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죄송하지만 난마을 초보회원들께서는 나이가 젊을수록 끊
임없이 정기산행에 참가하여 건강한 취미생활의 심도를 만끽하는 한편, 자랑스럽고 희귀
한 우리나라 춘란이 지닌 무궁무진한 분야의 품종을 개발하여 독특한 우리만의 춘란을 정
립시키는 데에 힘써 주었으면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가히 엘리트 집단인 우리 난마을 회
원님들은 명품 가능성이 있는 자화를 채란하여 시험삼아 발색에 대한 연구와 노력을 해
봄으로써 색화 발색에 대한 많은 경험을 쌓았으면 한다.
자생지에서 꽃을 까 보면 꽃의 기부에 부분적이나마 짙은 자색을 띤 꽃들을 흔히 볼 수
가 있다. 그 중에서도 꽃잎 끝 부분까지 새까맣게 물든 자화를 채란한다면 우선 B급 자
화 정도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런 자화도 그리 흔치는 않다. 그렇지 않더라도
다른 것보다는 유달리 검은 색이 짙다고 생각되는 품종을 채란해도 좋다. 자화도 다른 색
화처럼 채란한 다음 해엔 아무리 발색에 힘을 기울여도 채란할 때와 같은 그런 새까만 색
상은 만족할 만큼 나오지 않는다. 역시 일반적인 색화들과 동일하게 2 내지 3년간은 분에
서 배양하여 새로운 뿌리가 자라나서 활착되어야만 비로소 안정된 발색을 보이는 품종들
이 대다수이다.
자생지에서 유심히 관찰해 보면 자화는 햇빛을 받지 않아도 자색이 발현된다. 낙엽 속 깊
숙히 묻힌 꽃들도 까 보면 자색이 충만한 것들을 많이 볼 수가 있다. 거기에 꽃대가 차
츰 자라나 햇빛의 영향을 받고 엽록소인 녹색 색소가 생성되면 자색과 녹색이 섞여서 까
만 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사실 자화는 화근 색소의 영향이 크다. 화근 색소가 온통 번져
서 자색을 뿜어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자화라도 화근이 탁하고 검은 것이 있는가 하
면, 밝고 맑은 분홍색에 가까운 자색도 볼 수가 있다. 같은 자화라도 밝은 분홍빛 자색으
로 온통 물든 것은 도화로 취급되기도 한다. 물론 도화다운 도화도 우리나라 춘란에서 찾
아 보기가 힘들다.
순수한 자화나 도화라는 것은 주금화나 홍화 또는 황화처럼 화근 색소의 영향을 받지 않
고 주, 부판의 화맥(꽃잎을 자세히 보면 엽맥처럼 녹색 줄 또는 짙은 선이 가늘게 대여
섯 줄 있는데 이 줄을 말한다.) 사이사이에서 소위 시아니딘이라고 부르는 화근의 색소
가 아닌 독립된 색소가 발현되어야 순수한 색화로 볼 수가 있다. 물론 나의 고집이지만
그러한 의미에서 순수한 자화나 도화는 현재 드물거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
다.
일단 자화의 채란 요령은 자생지에서 꽃망울에 자색을 가장 많이 가진 꽃을 찾아내는 일
이다. 운 좋게 온통 새까만 자화를 발견했다면 행운이겠지만 뿌리를 내린 장소와 그 환경
의 탓도 무시할 수 없다. 근처의 비슷한 자색을 띤 다른 꽃들도 그와 똑같은 자리에 있었
다면 비슷하게 발색될 수도 있었을 거라는 추측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추측은 둘째 치더라도 온통 새까만 꽃이 上品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자색 화근
또는 자색이 풍부한 꽃들은 자생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색의 氣를 많이 보이는 장소에
서 열심히 관찰한다면 한 두 포기 정도는 그런대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본인도 산채지에서 C급에도 미치지 못 하는 자화를 채란하여 3년 후 꽃을 피웠을 때 난우
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새까만 자화를 발색시킨 경험이 있다. 새까맣게 발색시키는 먹자
화(흑자화)는 사실 캡을 씌울 필요가 없다. 시기에 맞추어 저온처리와 약간의 직사 일광
만으로 만족할 만한 까만 색을 발현시킬 수가 있다. 먹자화보다 한층 우수한 자화는 녹색
이 쉽게 발현되지 않는 붉은 자색을 띤 자화이다. 물론 그런 자화도 우수한 개체로서, 드
물다. 나의 경우는 꽃망울이 만들어질 무렵부터 그늘에서 일상관리를 하다가 1월 중순부
터 직사광에 노출시킨다. 햇빛을 받고 생성된 녹색과 그늘에서 생성된 녹색은 소멸되는
정도가 다르다.
저온에서 엽록소는 분해된다. 하지만 햇빛을 받고 오랫동안 익어온 녹색은 쉽게 분해되
지 않기 때문에 그늘에서 저온처리를 하여 그 일부를 분해시킨다. 저온 상태에서 충분히
순수한 자색을 생성시키고 난 다음, 1월 중순부터 최저온에서 오전 직사일광을 충분히 쪼
여 주며 자연개화로 유도한다. 개화 시 따뜻한 곳에서 개화시키면 녹이 파랗게 낀 민춘란
으로 개화한다. 자화는 최대한 녹색이 보이지 않게 발색시켜야 하는 것이 기술이다. 자화
에서는 녹색이 많이 나타날수록 최하품이 된다.
난 잡지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얘기지만 자화의 자색은 18도 이상의 따뜻한 온도에서는 분
해가 된다. 이 점만 유의하면 3년 후부터는 예상과 달리 충분한 관상가치가 있는 자화를
피우게 된다. 색화의 성질을 모르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색화를 채집해 놓고도 3년이라
는 세월을 견뎌내지 못 하고 꽃물은 믿을 게 못 된다며 천대시한다. 특히 배양경험이 없
었던 예전의 난상인들이 더욱 그랬다. 난 상인들은 난을 투기성 있는 물건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꾸준한 인내로 난을 키워서 돈을 벌려고 하지 않고 투자 가치를 따져서 당장 돈
이 될 수 있는 엽예품류의 난만 챙기게 된다. 때문에 그들에게 있어 나날이 시들어 가는
꽃물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물건이 된다. 꽃이 시들려고 하면 그들은 아무리 고가를
투자한 좋은 품종이라도 하루하루 불안한 심장 박동에 살만 여위어 간다. 따라서 난의 가
치도 함께 찌들어 간다.
그렇게 되면 값비싼 품종일 경우 한 두 분이 아닌 많은 난을 많은 돈을 투자하여 이자도
늘지 않는 물건에다 쏟아 부어 묶어두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 되고 만다. 더구나 산채
품일 경우 1년 후에는 그 색이 나오지 않는다는 속 쓰린 경험 때문에 애물단지 같은 생각
만날 뿐이다. 그래서 꽃물은 믿을 게 못 된다는 얘기가 나오게 된 것이다. 그 때가 바로
애란인들이 난을 가장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적기이다.
참으로 난이라는 것은 묘한 식물이다. 상인들에겐 큰 돈이 될 듯하지만 그리 쉽게 되는
것이 아니며 그렇지 않은 애란인들에게는 생각지도 않게 큰 돈이 될 수도 있는 그런 묘
한 식물인 것이다. 바로 그것이 난의 심성이다.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침이 없고 순수하고
순박하다. 그래서 난을 하는 마음은 항상 소심을 닮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보잘것없는 본인이 이런 글을 쓰면서도 부끄럽기 짝이 없다. 언제나 그와 비슷한 심성이
나마 가지게 될 수 있을 지......
끝으로 어떤 색화가 됐든 색화라고 해도 좋을 만큼의 氣가 있는 품종을 채란했을 때예외
의 품종이 아닌 경우라면 3년 후에는 정확히 색화의 성질이 사라지지 않고 나타난다는 것
을 항상 염두에 두고 배양에 노력을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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