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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농업-농업의 미래

첨단 농업의 미래

 

2009년 현재 전 세계 인구는 약 68억3천만명이다. 지금과 같은 증가세가 계속 유지된다면 오는 2050년에 이르러 전 세계 인구는 최대 94억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인구의 폭발에 맞서 인류가 준비해야할 첫 번째 과제는 바로 먹거리 문제의 해결이다. 인류가 먹을 식량을 추가로 생산해 내지 못한다면 지구촌은 극심한 식량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늘어난 25억명의 식량을 추가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존 농경지에 더해 브라질의 국토 면적보다도 큰 약 100만 헥타르(ha)의 땅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에 농경지로 활용할 수 있는 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인류는 이미 지구가 보유한 육지의 41%, 농작물을 키울 수 있는 토지의 80%에 해당하는 8억 헥타르 이상의 지역을 농경지로 사용 중에 있으며, 이중 15%는 반복된 경작으로 지력(地力)이 떨어져 농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또한 급격한 기후 변화로 많은 농경지역이 사막화하거나 작물재배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어 농업 생태계의 안정성을 해치고 있다. 또 세계화로 인해 산업화의 물결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어 도시와 각종 인프라를 건설하는데 추가적인 토지의 필요성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100만 헥타르의 확보는 커녕 기존 농경 면적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빠른 시일내에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오는 2050년경 최소 11억명의 사람들이 기아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다가오는 이러한 식량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인류는 다각도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마천루 농장(vertical farm, 수직농경)이다. 버티컬 팜은 바로 이 같은 식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컬럼비아대학 환경과학과 교수인 딕슨 데스포미어(Dickson Despommier) 박사가 제안한 21세기형 첨단 농경시스템이다. 버티컬 팜은 도심 한가운데에 수십 층 규모의 고층건물을 지은 후 각 층에서 수경재배(물과 수용성 영양분의 배양액 속에서 식물을 키우는 경작법) 방식으로 다양한 농작물을 경작하는 새로운 개념의 실내 농경지를 말한다. 전통 농경법이 1,000평의 땅에서 1,000평의 농지 밖에 얻을 수 없었다면 버티컬 팜은 건물의 층수를 높이는 방법으로 동일한 1,000평의 면적에서 최대 4만~5만평의 농경지를 만들 수 있어 한정된 공간에서 토지의 이용효율을 극대화한 것이다. 외부와 격리된 실내 농경지인 만큼 온도, 습도, 빛, 농업용수 등 모든 조건을 인위적으로 완벽히 통제하여 식물 성장에 필요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 1년 내내 곡식을 생산해 낼 수 있으며 산출량 또한 실외 농지에 비교해 최대 10~12배의 수확을 거둘 수 있다. 4,000평의 공간에 30층짜리 빌딩을 건설해 버티컬 팜으로 조성했다고 가정할 경우 최대 140여만평의 야외농지에서 거둬들인 양과 동일한 수확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또 층별로 전혀 다른 환경 구현이 가능한 만큼 인근지역주민들의 식습관에 따라 곡식ㆍ과일ㆍ야채에 더해 어패류나 닭ㆍ돼지 같은 가축을 기를 수 있다는 점은 마천루농장의 최대 메리트다. 가축 사육과 작물 재배를 동시에 하여 산소-이산화탄소 순환 주기를 완성하고, 동물의 분뇨를 메탄가스 생산에 이용하거나 식물의 성장에 필요한 질소 등이 풍부한 비료로 사용할 수 있다. 수질 및 대기 정화와 연료 생산, 시비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버티컬 팜은 컴퓨터로 제어되는 환경과 수경재배, 365일 쉼 없는 영농으로 대변되는 최첨단과학기술이 뒷받침된 ‘마천루 농장’이다. 그중에서도 증발산(蒸發散) 회수시스템(ERS), 태양열 발전시스템, 하수·중수 정제시스템, 메탄 발전시스템 등은 버티컬 팜을 단순한 빌딩형 농장에서 미래 농업혁명의 주역으로 끌어 올릴 4대 핵심 기술로 꼽힌다. 이 기술들에 기반해 버티컬 팜은 어떠한 외부적 지원 없이도 전기, 난방열, 식수, 농업용수 등 빌딩 운용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와 자원을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자가운용 빌딩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 기술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설치·운용할 수 있는 개발완료 단계의 기술이다. 실제로 현재 캐나다의 제1 도시인 토론토에서는 ‘스카이 팜(Sky Farm)’이라는 이름으로 지하 6층, 지상 58층의 세계최초의 버티컬 팜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경기도 부천시 고강동에 버티칼 팜이 조성될 예정이다.

버티컬 팜은 농경지 부족을 해소하고 식량난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 이외에도 인류에게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주는 이득이 무수히 많다. 우선 토양에 의존하지 않는 수경재배를 모태로 하고 있기에 세월이 흘러도 지력의 하락에 따른 수확량 감소 없이 안정적·반영구적인 농작물 생산을 가능케 해준다. 외부환경과 격리된 실내 농경지이기 때문에 환경적·입지적 이유로 농사용 토지가 부족한 국가, 농경 자체가 불가능한 국가들에게까지 식량 자급자족을 가능하게 해준다. 사막이나 티벳같은 고산지대나 극지방에서 까지 농작물 재배가 가능하다. 같은 맥락에서 버티컬 팜은 날씨는 물론 홍수, 태풍, 가뭄, 해일 등 자연재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 흉작을 피할 수 있고 조류 등 동물들의 침입이나 이들에 의한 바이러스 등 병해충 전이의 우려도 전혀 없다. 특히 인간의 필요에 따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유전자 조작 식물들이 자연으로 유입돼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을 근원적으로 차단 할 수 있어 미래 첨단 고부가치 산업 중의 하나인 분자농업에 적합하다. 고립된 생태계인 버티컬 팜에서 식물체 이용하여 의료용 단백질과 경구백신의 생산은 기존의 동물세포와 미생물에 의한 생산에 비해 경제성과 안정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미래 농업 생명공학의 주요한 분야의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식량자급도가 매우 낮은 상태여서 세계적인 흉작이나 가아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대응하기가 매우 어렵다. 또 농경지 면적도 매우 협소하여 야외 농경지를 이용한 농업에는 한계가 있다. 버티칼 팜은 기술집약적 농업을 통해 좁은 국토에서도 식량자급을 가능하게 하고, 유전자 조작 식물재배를 통해 특정 단백질, 백신 생산 등 고부가가치 첨단농업에도 매우 적합하다. 대한민국의 미래 농업을 책임질 수 있는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