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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창고/바이오 정보

Energy-녹색연료 해조류

이른바 녹색탄환(green bullet)이라 불리는 해조류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일 미래 동력원으로 손꼽히고 있다. 해안의 바위를 뒤덮고 있어서 낚시꾼들이 미끄러지는 원인이 되는 갈색 조류가 디젤 연료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에 조류의 가능성이 제기되었을 때만 해도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식물계에서 얻는 바이오연료보다 적은 양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확보할 유력한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해조류는 지구상에서 빛 에너지를 흡수하여 천연 바이오매스 오일 제품인 바이오연료로 전환하는 가장 효율적인 유기체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관련 연구기관과 벤처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이들은 머지않아 해조류가 수억 갤런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애당초 포자로 번식하는 식물을 지칭하는 은화식물의 한 무리인 해조류. 이들은 물 속에 살면서 엽록소로 동화작용을 합니다. 쉽게 말하면 물 속에 사는 엽록소를 가진 엽상식물을 관습적으로 일컫는 말이 해조류입니다. 뿌리나 줄기, 잎 등이 구별되지 않고 포자에 의해 번식합니다. 종류는 매우 다양해 시아노박테리아처럼 단세포인 경우도 있고 미역이나 김과 같이 다세포 생물인 경우도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해조류는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한 정도의 다세포 식물만을 지칭합니다. 미역이나 김 등의 경우 마치 줄기가 있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 다세포의 군집일 뿐입니다. 바다에서 서식하는 갈조류(톳, 미역, 다시마, 대황, 모자반 등)와 홍조류(우뭇가사리, 김, 카라니긴 등)가 있고, 녹조류(파래, 청각, 청태 등)의 경우는13.8%만이 해양에서, 나머지는 담수에서 서식합니다.

 

이처럼 해조류는 바다와 해변, 하천, 홍수림 등지에서 자생합니다. 더러는 폐수처리용 연못 등지에서도 상업적으로 양식되기도 합니다. 해조류는 염수를 이용하여 불모의 사막지대에서도 재배할 수 있습니다. 대량의 음용수를 이용하지 않아도 재배할 수 있으니 참으로 매력적이지요. 더욱이 성장하면서 이산화탄소를 필요로 하기에 탄소중립적일 뿐만 아니라 산업 오염원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흡입하기도 합니다. 또한 버려지는 폐수 내 자양분을 먹이로 할 수도 있습니다. 그저 재배하는 것만으로도 녹색세상을 열어가는 구실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해조류 수확 뒤 남는 풍부한 단백질은 동물먹이로 전화될 수 있으니 일거다득이지요. 그것도 하루에 2배로 복제될 만큼 성장속도가 빠르니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해조류는 살아있는 유전 구실을 합니다. 세포 안에서 긴 고리로 이루어진 탄화수소를 합성해 오일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미세조류에서 나오는 지질(Lipid)는 상업적인 액체연료로 정체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매우 경제적으로 연료를 생산합니다. 콩은 연간 1에어커 당 약 50 갤런의 오일을 생산하고, 캐놀라는 130 갤런을 생산하는 데 견줘 해조류는 4000 갤런이나 생산합니다. 미국 솔릭스사의 클리스티나 웨이어 박사가 발표한 해조류 생산의 이론적 최대값에 따르면, 10%의 빛 투과 손실과 50%의 광양자 흡수 저감, 40%의 세포 에너지 활용 상황에서 최대 1에어커 당 5만3000 갤런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맞춤한 성장환경만 조성한다면 해조류는 유전인 셈입니다. 당연히 재배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지만 말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이루어진 생명공학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해조류 연구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새로운 유전자 기술과 단백질 유전 정보 기술은 해조류를 이용한 오일 생산 메커니즘의 이해를 새롭게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해조류의 유형이 다량의 오일을 생산할 수 있는지는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해조류는 영양분이 결핍됐을 때 오일을 생산하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해조류는 영양분이 결핍됐을 때 조류의 좋은 특성인 빠르게 성장하고 복제하는 특성을 잃게 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학자들은 조류의 영양 결핍 없이 오일을 생산하는 동시에 오일 생산 증가를 가져오는 분자 스위치를 이해하려고 합니다. 만일 그것이 밝혀진다면 오일 생산은 비약적으로 증가할 수 있으며 가격은 절감될 것입니다.

 

대체로 해조류는 연못에서 쉽게 재배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매우 저렴합니다. 하지만 개방된 연못의 경우 생산량을 원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쉽지 않고,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종이 침입해 영양분을 삼킬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개방된 연못의 경작은 낮은 개화율을 보여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비효율적입니다. 그래서 모든 영양분이 이용하기 쉬운 형태의 해조류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여 침입자에 저항성이 있는 조류 생태시스템을 만들어 내려고 합니다. 이른바 광합성 생물반응기를 만들려는 것이지요. 최근의 실험은 태양빛을 이용할 수 있는 낮 동안 발전소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약 80%를 포획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이산화탄소는 연료가 자동차에서 연소한 후 나중에 배출된다 할지라도 결국 대기로 유입되는 한계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인터내셔널 에너지사는 해조류에서 연료를 생산하는 공정 연구에 돌입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해조류의 광합성을 기반으로 재생 디젤과 제트 연료를 생산하려는 야심찬 계획입니다. 이 공정의 핵심인 해조류의 광합성은 이산화탄소를 처리하여 고밀도의 천연기름으로 전환시키게 됩니다. 인터내셔널 에너지사는 자연적으로 이산화탄소와 물을 광합성하여 액체 탄화수소로 전환하는 특수한 미세해조류(Microalgae)를 이용하며 해조류 안에 원유로 이용할 수 있는 재생 물질을 30%까지 축적합니다. 태양빛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자연적으로 기름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해조류는 에너지 위기의 해결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인터내셔널사는 해조류 기반의 바이오 연료가 2017년까지 350억 갤런의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미 바이오 연료 전환 기술을 개발하는 ETC사는 해조류를 이용하여 매년 1에이커의 땅에서 1만 갤런 이상의 기름을 생산하는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해조류는 중량의 40%에 해당하는 석유를 생산할 수 있으며 60%는 부산물로 배출합니다. 이 부산물들이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의미있는 자원으로 활용되는 것입니다. 지방이나 당분, 단백질과 같은 부산물은 동물사료뿐만 아니라 다른 석유생산물을 대체할 수 있는 화장품이나 플라스틱 등 다양한 물질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해조류 연구는 구체적인 수율과 생산성을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오일 함유량이 최대화되고 빠른 성장 속도를 가지는 해조류 종의 발견과 효율적인 방법으로 성장시키고 수확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험적 연구에서 성과를 보이는 만큼 기술적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습니다.

 

이 같은 해조류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광생물 반응기를 개발하고 있는 미국 그린스타 프로덕트사는 몬타나에 4만 리터의 해조류 바이오디젤 시연 설비를 설치하고, 자체 개발한 조류 품종(Zx-13)의 생존 환경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 품종은 지난 50년간 시험한 모든 조류들보다 매우 높은 온도에서도 생존하는 특성을 보였습니다. 대부분의 대학 실험실에서는 화씨 90도가 생존한계였는데 Zx-13품종은 화씨 115도에서도 성공적으로 생존하였습니다. GSPI사의 기술은 해조류가 2마이크로미터 이상으로 성장할 때만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만일 그보다 작은 크기의 해조류들은 성장을 위하여 반응기로 보내졌습니다. 특수 펌프를 사용하여 크기가 작은 해조류에 손상을 주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해조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해조류 생산 가능 면적을 모두 이용할 경우 연간 147만∼300만t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당연히 해조류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겠지요. 국립수산과학원은 갈조류에서 자동차 연료용 바이오에탄올 추출 기술을 개발해 갈조류 1t에서 자동차 연료용 바이오에탄올 23ℓ를 추출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갈조류는 미역, 다시마 등 갈색을 띤 조류입니다. 이번 기술을 기반으로 내년부터 갈조류 1t에서 바이오에탄올을 50ℓ까지 뽑아내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할 방침입니다. 갈조류는 우리나라의 연간 해조류 생산량 70여만t 가운데 70%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해양 환경에 적합한 생물종입니다.

 

어쨌거나 우리나라의 바다는 면적이 육지 면적의 4.5배나 돼 해조류 생산에 유리한 조건입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이 외국에서 해조류 양식을 추진하기도 합니다. 국내기업 페가서스 인터네셔널은 인도네시아에서 2만5000ha의 해조류 양식에 돌입했습니다. 이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연간 100만t 이상 펄프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우리나라 펄프 수입량의 약 40%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물론 펄프를 제조할 때 생성되는 부산물을 이용한 바이오 에탄올 생산과 이산화탄소 흡수 등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미 해조류의 에너지 전환기술을 확보해 인도네시아에서 양식한 해조류를 경남 진해로 들여와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려고 합니다.

 

이제 해조류가 신재생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은 시간문제이겠지요. 거대 정유회사인 셀(Shell)사까지 관련 벤처기업과 함께 해조류 양식을 위한 실험용 시설을 하와이 코나 해변에 설치하는 것을 보면 가능성을 의심하긴 어려울 듯 합니다. 기존 바이오매스 원료 식물을 재배할 토지가 마땅치 않았던 우리나라 같은 해안국가로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된 셈입니다. 해조류는 성장속도가 빨라 공급이 원활하고, 연료뿐만 아니라 유용한 화학물질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까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해조류를 이용한 에너지 생산 연구의 후발주자이지만 선행 연구와의 간격이 그리 넓지 않습니다. 해조류가 저탄소 녹색성장의 유력한 방안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국내의 환경에 적합한 기술을 선택, 활용한다면 녹색성장의 디딤돌이 될 청정한 재생에너지를 확보할 길이 열리고 있습니다.

 

블로그 사이언스올 에서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