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오징어가 나오는 철이다. 갑오징어는 일반 오징어와 달리 몸통 속에 석회질로 된 딱딱한 물질이 들어있다. 놀거리가 풍부하지 않던 시절에는 갑오징에서 빼낸 그걸로 벽에 낙서를 하며 놀기도 했다
과연 아래의 재료가 들어간 음식은 무엇일까요?
(죽순, 배추, 고추, 양파, 피망, 청경채, 새우 살, 건해삼, 소라 살, 조갯살, 갑오징어, 석이버섯, 표고버섯, 양송이버섯, 샐러드)
힌트! 요즘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손쉽게 먹을 수 없는 음식이기도 하다. 누리꾼은 질질 끄는 건 싫다고 하니 바로 정답 공개합니다.
짬!
뽕!
그렇습니다. 짬뽕입니다. 저 많은 재료가 들어가는 짬뽕 오랜만에 봤습니다.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말한 건 언제든 동네 중국집에만 가면 먹을 수 있는 것이 짬뽕이기에 그렇고, 제대로 된 짬뽕이 없기에 손쉽게 먹을 수 없는 음식이라고 했다.
짬뽕은 말 그대로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간 음식인데, 요즘 짬뽕은 우동만 못하니 어찌된 일일까? 물가가 올라서 그렇다고 이해하려 하지만 껄쩍지근한 기분은 쉽게 지워지지 않다.
요즘 짬뽕이 문제가 있는 건 재료의 종류가 줄어든 데만 있지는 않다. 더 싼 재료를 찾아서 재료의 변형까지 일삼으니 그 예전 짬뽕 맛과는 더욱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거의 모든 집들이 짬뽕에 오징어를 넣기 때문에 오징어가 들어가지 않은 짬뽕이 오히려 가짜라고 오해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 옛날 짬뽕에는 오징어 말고 갑오징어를 넣었다.
갑오징어에서 우러난 국물은 향 만 진한 일반오징어와는 확실하게 달랐다. 부드러운 갑오징어 살은 쫄깃한 면발과도 잘 어울렸다. 이처럼 짬뽕에는 갑오징어가 들어가야 제 맛이거늘 비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반오징어로 대체 되었으니, 짬뽕은 더 이상 짬뽕이 아닌 음식이 되었다.
그런데 역삼동에 있는 중국요리집에서 제대로 만든 짬뽕을 만났다. 짬뽕위에 올려져 있는 하얗고 넓적한 해산물, 틀림없는 갑오징어였다. 기쁘고 반가운 마음에 속을 뒤적여 보았더니 갖가지 재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위에서 언급했던 재료들이 보이면서 “이것이 짬뽕이야!”라고 말하는 듯 했다.
국물을 마셔보니 여러 가지 재료에서 우러난 맛이 가볍지가 않다. 진국은 설렁탕에만 있는 것이 아니구나, 느끼는 순간 가격이 궁금했다. 한 그릇에 5,500원. 동네 짬뽕이 3,000~3,500원 하는 것에 비하면 싼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허접 짬뽕을 먹으면서 생각하기를 가격을 조금 올리더라도 해산물 좀 더 넣지 하고 생각했기에 제대로 된 짬뽕을 만난 기쁨이 더 컸다. 일정한 굵기로 쭉 빠진 면발이기에 별 특색이 보이지 않는 것만 빼면 만족스런 짬뽕이 아닐 수 없다. 옛날 그 맛이 그리우신 분, 갑오징어 들어간 짬뽕으로 달래세요.
백리향 /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동 837-22
02) 539-2737 . 554-53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