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인공생명과 합성 생물학
세상을 변화시킬 신기술- 인공생명과 합성생물학
얼마 전, 미국의 과학 연구팀이 실험실에서 만든 유전자를 주입해서
첫 ‘인공생명체’를 탄생시켰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지금 세계가 떠들썩하다.
‘갈릴레오나 코페르니쿠스, 다윈, 아인슈타인의 발견처럼 인간의 존재에 대한 시각을 바꿀 만한 성과’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인공유전자와
인공생명체를 강력히 통제하지 않으면 생태계가 교란돼서 지구상에 생명체가 사라질 위험이 있다’며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인공생명체의 탄생’을 놓고 과학계와 윤리계, 정치계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010년 현재, 세계 과학기술자들의 입에 가장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이 '생명'이다.
우리는 ‘생명’이란 무엇일까? 생명을 생명이 아닌 것과 구별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이고, 생명체는 어떻게 세대를 바꿔가며 진화하는가? 하는 질문들을
해왔다. 하지만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기는 힘들다.
이에 대한 보완적인 연구가 바로 ‘인공생명’에 관한 연구다.
과학은 끊임없이 발전해오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생명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라는 물음에 매달렸다면, 과학이 발전한 지금은 ‘생명을 과연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라고 묻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자연이 써놓은 유전자를 ‘읽는’ 시대를 넘어서 인간이 직접
유전자를 ‘쓰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자연의 유전자를 일부 조작하는 단계를 넘어서 자연에 없는 유전자를
설계하고 합성해서 값비싼 물질을 대량생산하는 미생물을 만드는 시대인
것이다.
지구에서 자연스럽게 진화한 버전인 ‘1.0의 생명’을 연구하던 시대는 가고
인간이 직접 만든 게놈으로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는 ‘생명 2.0’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인간의 호기심과 탐구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미 인공생명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 ‘인공세포’가 만들어졌으니 이제 곧
완벽한 인공생명체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싫든 좋든 생명에 대한 사고방식과 철학적 사고과정, 가치관들이 바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생명과 윤리적인 면에서도 큰 변화가 올 것이다.
생각해보면, 과거에 인공수정이나 불임시술이 처음에는 생명을 경시하고
신의 역할을 대신한다고 비난을 받았지만 지금은 당연한 시술법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처럼, 인공생명의 탄생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때가 올 지도
모른다. 그리고 생활의 전반적인 부분에 인공세포가 쓰여지면 ‘인공’과
‘생명’의 구분도 없어질지도 모른다.
‘살아있는 것은 곧 생명이다’ 라는 정의가 생길지도 모른다.
우리는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많이 들어왔다.
그럼 인공지능과 인공생명과는 어떻게 다를까?
‘인공지능’은 인공생명처럼 생명활동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재현하는 기술을 말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구조와 의식을 이해함으로써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시스템 개발’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인공생명과는
다르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인간의 통제하에 놓여있는 반면에 인공생명은
스스로 생물학적인 진화를 전제로 한다. 인간의 개입 없이 생명체의 특징을
스스로 진화,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화 쥬라기공원 II를 보면, 수컷만 방사해서 공룡을 키우게 되자,
결국 수컷중 일부가 스스로 암컷으로 변화해서 번식을 하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이 바로 ‘생물학적 진화’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지구상의 자연계와 같은 환경에서 지금 살아남은 생물들은 나름대로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그 환경에 적합한 모양으로 점차 적응되어 온 결과이다.
때문에 아미노산이나 단백질 구성, 물리법칙 등에 지배를 받는 지구상의
물리적 환경을 벗어난다면, 새로운 환경에 맞는 새로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실제 존재하는 물리적 제약을 떠나서 ‘논리적으로 가능한 생명체’에
대한 가능성이 인공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인 것이다.
그럼 여기서 ‘인공생명’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자.
먼저 이 인공생명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합성생물학’이다.
‘합성생물학’은 반도체 기술을 생명공학에 융합한 분야이다.
반도체 소자처럼 상호 교환이 가능한 표준화된 생물학적 부품을 만들어서
새로운 기능을 가진 생물체를 창조하는 분야이다. 한마디로 합성생물학은
새로운 생물학적 부품, 장치, 시스템을 설계하고 실현하는 연구라고 할 수
있다.
마치 나사나 볼트, 베어링 등 여러 부품을 사용해서 기계장치를 만들 듯이,
표준화된 생물학적 부품을 조합해서 새로운 생명시스템이나 생명체를 만드는 것이다.
얼핏 듣기에 인간의 필요에 의해 생물의 유전자를 인공적으로 가공하는
기존의 유전공학과 유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존의 DNA, 세포, 개체
등을 수정하고 변경하는 수준에 그쳤던 유전공학과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인공생명체’는 유전자를 설계하고 DNA를 합성한 뒤에 생명체에
도입해 만든 생명체를 말한다. 이것은 새로운 유전자로 구성된 새 기능을 가진 생명체다.
인공생명의 주요연구는 인공적인 환경을 만들어서 적당하게 정의된 생명의
형태를 집어넣고 이것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조물주에 의해 탄생한 생명이 ‘생명 제1판’이라고 한다면 이렇게 탄생한
인공생명체는 ‘생명 제2판’이다.
생명 제2판으로 여겨지는 최초의 인공 생명체가 나타나면 인류가 조물주처럼 생명을 창조하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인공생명과 관련된 연구분야도 다양하다.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적절한 모형을 만들어서 ‘생명의 형태’를 탐구하는
인공생명연구가 있고, 하드웨어에서 생명과 관련된 것을 구현하는 인공생명
연구의 경우는 ‘로봇공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럼 인공생명은 어떻게 연구되고 있고, 현재 어느 정도까지 와있는지도
살펴보자.
이미 유전자 변형식품(GMO)이나 DNA검사, 줄기세포 등의 기술들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현존하는 생물체가 아닌 인공생명과 같은 ‘새로운 생명체’라고 하면
쉽게 생각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다양한 맛과 색의 요구르트를 만들어내는 유산균, 적혈구의 특성을 그대로 모사한 박테리아, 유방암 세포를 찾아 없애는데 사용할 수 있는
바이러스, 정수 필터에서 수은을 탐색해 제거하는 미생물, 축구장에서
관중들이 파도타기 응원을 하듯 색을 바꾸는 미생물..
이런 것들은 이미 미국 MIT에서 열린 iGEM(국제유전공학장치) 대회에 참여한 세계 10여개 나라 56개 대학팀 학생들이 선보인 기발한 생물체들이다.
이런 생물체들에 대한 연구는 지구에 이미 존재하는 생명체의 유전자 일부를 변형시키는 이전의 유전공학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게놈 전체를 새로 설계해서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던 전혀 다른
새로운 생명체를 만드는 것이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인류 문명의 역사는 생명체들을 이용해서 농업과 목축을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인류는 식량과 의복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생물들을 진화시켜왔다. 하지만
수만 년 동안 인류가 진행시킨 생물자원의 진화는 우수한 품종 간의 교배로
더 나은 품종을 만드는 데 불과했다. 따라서 전혀 다른 새로운 생명체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와 인류는 생물체의 정보가 DNA에 포함돼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1953년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규명한 후, 생물체 정보를 읽어내는 기술을
발전시키고, 유전자·DNA를 인공적으로 합성하려는 연구가 끊임없이
진행됐다. 1970년대에는 DNA의 특정한 염기서열만 잘라내는 효소가 발견되고, 잘라진 DNA 조각을 다시 붙여주는 효소가 발견돼 이를 이용한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 발명됐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의 발명으로 인류는 어떤 유전자든 원하는 생물체에 삽입해서 지금까지 만들 수 없었던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실제로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는 1980년 유전자 재조합 특허를
획득해서 매년 수천만 달러의 로열티를 받는다.
이 기술을 이용해서 첫 번째로 만든 생명체가 바로 인간의 인슐린을 생산하는 대장균이다. 인간의 인슐린 유전자를 담은 약 200개 염기쌍의 DNA를 대장균에 넣어 인간 인슐린을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인간 게놈프로젝트를 통해서 생명체 전체 유전자 정보를 읽어내는
기술의 발전으로, 2009년까지 각종 미생물, 동식물 1100여 종의 전체 유전자가 밝혀졌다. 그 결과 생명체의 원소기호라 할 수 있는 유전자 염기서열과
그 기능을 알게 됐고, 인류는 이를 설계하고 대량으로 DNA를 합성해 인간이
원하는 생명체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이렇게 꾸준히 발전해 온 바이오 기술이, 생명복제를 넘어서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생명체를 제작하고 합성하는 단계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면 인간은 마침내 세균(박테리아)을 창조한 것이다.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최근 미국에서 ‘세계 첫 인공생명체 탄생’ 소식이
발표됐다.
크레이그 벤터 박사는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인공적으로 합성한 유전자를 이용해 ‘인공 합성 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벤터 박사는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주도한 인물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인간의 유전자를 해독해서 생명체의 신비를 밝혀내려는 방식의 접근이라면, 인공생명의 목표는 존재하지 않았던 유전자를 만들어냄으로써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켜 스스로 발전시키는데 있다.
이런 인공생명체 탄생이 갑작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벤터 박사는 15년 전부터 인공생명체 합성을 꿈꾸며 연구를 시작해왔다.
특히 이번에 발표한 연구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컴퓨터에 저장된 A라는
세균의 유전 정보를 편집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실험실에서 인공합성게놈을 만들고, B라는 세균이 가지고 있던 게놈을 제거한 후 거기에 그 인공합성게놈을 집어넣었더니 B 세균이 A 세균처럼 되더라 하는 내용이다.
벤터 박사는 윤리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인공생명체’ 대신 ‘인공 세포’를
합성했다고 주장했고, 인공생명체든 세포든 “신약이나 바이오연료 또는
다른 유용한 물질을 만드는 데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에게 필요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요술방망이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예를 들어, 이미 대장균에서 인슐린을 생산해 당뇨병 환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지금도 할 수 있는데 왜 인공생명체에게 시키려고 할까?
바로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대장균은 인슐린만 만드는 세균이 아니고 다른 기능도 많다. 즉 에너지 소비가 많다. 하지만 인공 대장균은 인슐린을 만드는 기능을 최우선으로 하고 다른 기능은 없애거나 낮출 수 있다. 효율을 극도로 높인 ‘맞춤형 세포 공장’이 탄생하는 것이다.
인공생명을 통해 만들 수 있는 물질은 무궁무진하다.
벤터 박사는 “이르면 내년부터 독감 백신을 인공세포를 통해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바이오 연료도 유망 분야라고 했다. “구조가 복잡한 화학물질이나 식물 기반의 항암제 등 다양한 물질을 친환경적으로 만들 수 있다”
면서도 “윤리 문제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현재 합성생물학의 기술 수준은 인공 미생물이나 박테리아를 만드는 단계까지 도달하였다.
현재의 과학기술로 인공적인 바이러스도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한동안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신종플루 바이러스도 ‘누군가 만들어
퍼뜨린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있었다. 신종플루가 자연발생적인 돌연변이
인지, 인위적인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현재의 기술로 어렵지
않게 인공적인 바이러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 소아마비 바이러스를 실험실에서 합성했다는 발표 후, 최근에는 백신 목적으로
재설계한 사스 바이러스까지 합성해냈다. 인공생명체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또 인공생명체의 한 예로 자주 오르는 게 바로 ‘컴퓨터 바이러스’다.
컴퓨터 바이러스는 프로그램이 실행될 때마다 정상적인 파일의 일부분에 몸을 숨기거나 겹침으로써 파일의 크기와 기능을 바꾼다.
스스로 복제하고 증식하며 아울러 돌연변이까지 일으킬 수 있게 설계된
바이러스도 있으니, 컴퓨터 바이러스는 실제 생명체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는 셈이다. 불과 수년 전과 비교하더라도 컴퓨터 바이러스는 놀라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디지털 인공생명체의 탄생이 멀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인공생명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물학 시스템을 컴퓨터를 통해서
모델링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DNA 염기서열분석과 유전자 합성 기술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기술들을 사용해서 작은 세포의 DNA 일부 또는 전체를 인공적으로
합성한 후에야 세포에 삽입해서 인공세포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20세기에는 `화학'과 `합성'이 만나서 많은 물질적
풍요를 만들어 냈다. 오늘날의 풍요는 어느 것 하나 `화학+합성'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물질적 풍요가 이제는 매장 자원의 고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라는 예고된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어려움을 넘어서기 위해 많은 국제적 노력이 이어졌고, 그 결과 녹색기술,
저탄소 녹색성장이 전 세계적 구호로 등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21세기에도
지속 가능한 물질적 풍요를 이끌어낼 혁신적 기술로 ‘인공생명, 합성생물학’이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럼 합성생물학은 구체적으로 산업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먼저 제약분야에서는 합성 미생물을 통해 약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한가지 사례로, UC버클리 대학의 키슬링 교수는 빌 게이츠 재단의 도움을
받아 합성생물학을 통해 말라리아 치료제(아르테미시닌)의 생산성을 높였다. 대장균과 효모의 유전자 조합을 통해 합성 미생물을 만들고 생물의 대사 경로를 조절해서 치료제의 생산량을 수십배 향상시켰다. 또 암, 에이즈, 유전병과 같은 질병의 경우, 감염된 세포를 찾아내어 사멸시키는 인공미생물의 생물체 기반 치료제 개발에 합성생물학이 사용될 수 있다.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질병세포를 찾아서 치료하는 맞춤형 미생물을
만드는 것이다.
다음으로 석유를 대신해 화학물질이나 의약품을 생산하는 바이오 리파이너리(석유정제와 유사 개념으로 생물자원 정제공정)에 합성생물학이 사용될 수
있다. 화석연료의 고갈과 환경오염 문제로 바이오 플라스틱과 같은 바이오
화학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석유에 비해 생산 비용이 높아서
경제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합성생물학을 이용하면 생산 공정에
사용되는 미생물인 바이오 촉매의 개발을 쉽게 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또 합성생물학은 수송용 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바이오 에탄올, 바이오 디젤
등의 바이오 연료생산에서도 필요하다. 바이오 연료는 효모와 같은 미생물을 통해 당분을 발효시켜 액체연료를 얻는다. 이때 합성미생물을 이용해서
에탄올, 디젤, 항공유 등을 시험 생산하고 있다. 특히 셀룰로오스나 해조류를 이용하는 차세대 바이오 연료시장에서도 생화학 반응을 최적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합성생물학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합성생물학은 에너지, 화학 등 ‘화이트 바이오 산업’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물론 합성생물학은 바이오 신약, 바이오 칩, 치료 등의 의료분야인
'레드 바이오’, GMO, 건강기능식품 등 농업 부문의 ‘그린 바이오’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녹색경제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과 정부정책에 힘입어
바이오 에너지, 친환경 산업공정, 바이오 연료 등의 ‘화이트 바이오’ 분야에서 합성생물학을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다.
하지만 인공생물체 제작을 위해서는 생물학뿐만 아니라 컴퓨터, 전기,
기계공학 등 여러 과학분야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생물시스템을 인위적으로 합성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다.
이미 인공생명, 합성생물학을 컴퓨터, 나노기술에 이어 인류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원천기술로 보고하고 있으며, 미국, 유럽의 선진 기관, 학계, 기업에서 선도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경제적,
산업적 성과를 내는 데까지는 부단한 연구와 시행착오가 있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인공생명과 관련된 합성생물학이 활발히
적용되고 있지만, 몇가지 주의할 사항이 존재한다.
추가적인 기술개발로 가격을 낮추고 생명경시 및 인공생물체에 대한 안정성 문제를 주의해야하며, 다국적 기업의 기술 독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우선 유전자 분석 및 조작 기술이 많이 활성화됐지만 상업화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다. 실제로 한 사람의 유전자 DNA염기서열분석에서는 현재
기술수준으로 약 1백만 달러가 소요된다고 한다. 인간의 DNA가 총 30억개의
염기쌍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염기쌍 3000개를 분석하는데 1달러가 드는
것이다. 유전자 합성은 더욱 비싼데다가 유전자 이외의 합성단백질 분야와
인공세포와 같은 바이오 시스템 분야는 기술 수준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추가적인 기술개발이 매우 중요하다.
다음으로 선도기업의 기술독점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대비책이 필요하다.
생물학 부품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마음껏 사용하게 하려는 기업도 있지만,
선의의 경쟁을 통한 기술개발을 유도하는 측면에서 합성생물학에 대한
지적재산권 보호가 인정되는 상황이다. 현재 생물학적 부품과 구성요소에
대한 특허 출원이 증가하고 있으며 인공생명체에 대한 특허도 논의가
진행중에 있다. 특히 소수의 화학 및 바이오 기업에 특허가 집중돼 있다.
이러한 현상은 향후 산업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끝으로 생명경시의 윤리문제와 인공생물체의 안정성 문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생명복제와 마찬가지로 동물의 합성과 변형이 쉬워지면서 생명을
경시하는 풍토가 조성될 수 있다.
또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인공생명체가 인간에 치명적인 질병을 발생시키거나 생화학무기로 사용될 수 있기에 항상 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공생명체에 대한 인식, 윤리문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인간은 오늘날 죽음에서 해방되고 불로장생을 이루려는 시도를 크게 두가지 방향으로 하고 있다. 하나는 우리 자신이 만들어진 생물학적인 원리를
터득하여 과거 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생명체 합성을 이뤄내는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약 10년 후인 2020년경이면 원시 생명체의 합성이 가능하다고
예측하고 있다. 언젠가 인간의 뇌세포를 합성해내는 기술이 완성되면 인간은 병들거나 늙어가는 뇌세포를 바꾸어나갈 것이다. 이와 동시에 세포의 노화를 멈추는 연구 또한 병행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공적인 방법 즉 전자공학 및 컴퓨터기술로 생명체의
원리를 재현해내는 방법이다. 2021년경 나노기술이 실용화되고 2025년
인공지능기술이 성숙되면 뇌세포를 시뮬레이션한 인공지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의 속도는 빨라진 나노기술의 진보로 크기는 엄청나게 작아져서 2025년 머리카락 굵기보다 가는 크기의 나노컴퓨터의 제작이 가능하게 도면 지름이 0.004미리에서 0.1미리 사이의 뇌세포의 시뮬레이션 또한 가능할 것이다.
머지않아 인간이 인공적으로 뇌세포를 완성해서 늙어가는 인간의 뇌를 바꾸어 나갈 경우, 우리 인간의 영혼이 그대로 존재할 수 있느냐하는 문제로 발전된다. 좀 더 정확히 말해서 인간의 뇌 세포가 하나하나 인공적인 뇌세포로 바뀌어 나가 우리 두뇌의 상당부분이 인공적으로 대체되어 갈 경우 ‘나’란 존재가 그대로 보존될 수 있느냐하는 문제이다.
우리 낡은 두뇌로부터 의식을 보존하면서 뇌세포를 하나하나 점진적으로
바꾸어 나간다면 인간의 마음을 결국은 새로운 두뇌에 옳겨 가는 ‘마음이식’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자연인간에서 불멸의 인조인간으로 건너가게 된다.
얼핏 듣기에 어색하지만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놀랍도록 아름답게
진화한 인조인간이 탄생할 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자연인간과 인조인간
(사이보그)와의 차이는 마치 지금의 자연미인과 성형미인과의 차이로 느껴질지 모른다.
이런 인간 존재에 대한 인식의 문제가 생긴다.
또 첨단과학이 악용돼서 인류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21세기판 프랑켄슈타인’이라고 우려한다. 인공생명체가 자연으로 퍼져나가면 생태계를 파괴하거나 다른 생명체와 결합해 치명적인 병균이 될 수도 있다.
또 테러리스트의 손에 넘어가 생물학 병기로 악용될 수도 있다.
위험한 유전자가 자칫 생물테러의 도구로 쓰일 수도 있다.
테러리스트들은 휴대가 어렵고 보안검색대를 통화하기 어려운 폭탄대신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이용한 치명적인 바이오공격에 주력할지도 모른다.
또 기존과 다른 병균이 나타나면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너무 오래 걸려 피해가 커질 것이다. 조지 처치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해
합성 생물학을 하는 모든 사람은 비행사처럼 면허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공생명에 관한 연구의 발전으로 인간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드는데 한걸음 더 다가갔다는 최근 과학계의 발표는 백신과 같은 의약품, 공해를 만들지 않는 대체에너지와 같은 새로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기대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 생명과학분야에서 항상 언급되는 윤리적인 문제나 기술이 잘못 사용될 경우 생리학적 무기의 개발 등 부정적인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비록 실험실의 특수한 환경에서만 가능한 인공생명체라도 예상치 못한 긴급상황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구체적인 법률제도가 아직 갖춰지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연구자들의 자율규제와 인식교육에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실제로 얼마전 미국 정부는 독성이나 병원균 유전자를 지닌 인공 생명체가
탄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며 200개 염기쌍 이상의 유전자를 합성할 땐 생명공학기업들이 스스로 감시망을 가동하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해 공시했다.
유전자 합성을 주문하는 고객의 신원을 확인하고, ‘위험한 유전자’ 정보를 모은 데이터베이스와 연동해 주문 내용의 안전성을 확인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세계 생명공학기업들도 현재 업계 자율의 지침을 마련중이다.
그럼 ‘인공생명’과 관련해서 이제 우리나라로 눈을 돌려보자.
인공생명체 산업은 소프트웨어 산업과 같이 ‘연구개발 중심’
‘복합 융합기술’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이 고부가가치 물질을 생산하는 합성생명체를 설계하고, 실제 합성을 통해서 새로운 합성생명체를 만들어내려면 엄청난 개발비가 투입된다.
하지만 일단 만들어진 생명체는 자연계의 생명체처럼 스스로 복제하며
고부가가치 물질을 끊임없이 만들어낼 것이다.
이 때문에 인공생명체를 이용한 산업이 지구가 당면한 식량이나 에너지, 환경, 보건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21세기 핵심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인공생명체 개발에 대한 투자는 뒤쳐져 있다. 2007년부터
2년간 지식경제부에서 대덕연구개발특구 클러스터 사업으로 ‘맞춤형 합성생명공학 클러스터 구축사업’을 처음 진행해서 대용량 유전자 설계 및 합성 기술과 단백질 진화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유전자 설계 및 합성, 생명체 합성
기술이 21세기 산업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볼 때 지금부터라도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다행히 이 분야의 핵심 기술인 ‘DNA 합성 기술’은 우리나라가 이미 세계
정상에 올라와 있다.
DNA 기술은 반도체 기술보다 발전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매년 유전자 정보의 양이 평균 2배씩 늘고 있고, 이 추세라면 앞으로 10년 후 100만 종 이상의 생명체에 대한 유전자 염기서열 정보를 축적해 지구상
대부분의 생물체 DNA 정보가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되고 설계에
사용될 전망이라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 상상 이상의 인공생명체를 기반으로 하는 수많은 제품이
개발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반도체·조선·자동차 등이 한국의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해왔지만 이제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기능을 가진 고부가가치 인공생명체를
설계하고, 만드는 산업이 한국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내세울 만한 본격적인 성과는 없으나 합성생물학 분야의 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 유전자합성기술 분야에서 바이오 벤처기업이 주목을 받고 있고 미생물 발효연구에서도 산업화 경험을 갖추고 있어 상당한 수준의 기반은 갖춘 상태다.
또한 미생물유전체 및 대사공학 분야에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KAIST 등이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보고한 바 있으며, 신기능 단백질 설계 및 신물질 생산에서도 높은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이 국내 인프라와 합성생물학 분야의 연구 역량을 효과적으로 결합해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미생물 이용 바이오
연료 생산과 고부가가치 의약원료 합성용 인공세포 제작, 환경감시용 미생물 개발 등을 위한 체계적인 노력을 서둘러야 할 때이다.
‘제3의 물결’ ‘부의 미래’ 등을 쓴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지식정보화 사회가 진전될수록 칸막이식 영역 구분은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이를 앞서 실행하는 국가와 기업이 주도권을 잡을 것이며, 국가간 관계는 물론 정부 및 기업 조직과 교육 시스템도 여기에 맞게 바꿔야 한다.” 며 정보화 사회에서 '기술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융합기술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개방을 꺼리며 기술간 융합을 어렵게 만드는 폐쇄적인 문화를 없애고, 연구자들이 활발하게 충돌하고
융합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줘야 한다. 기술 융합의 시대에는 서로 다른 전문 영역을 갖는 연구소, 연구원들 간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학·연·관
모두가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시대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함으로써 IT 강국으로 도약했다.
이제는 융합기술을 선점함해서 제2의 도약을 해야하는 시점에 와 있다.
또한 국내 연구자들도 생물 안전과 안보를 위해 사회적 제도와 관심이
필요하다.
이상엽 카이스트 교수는 “유전자 합성 기술을 악용하는 ‘바이오 해킹’은
통제하기 힘든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과학자의 윤리·인성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사장은 “대유행병이 생기면 치료제 기술을 ‘공공자산’으로 선언해 영리활동을 금하는 국제규약을 유엔 차원에서 만들어야 한다”며 “유전자 합성 재료의 유통을 통제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김훈기 박사는 “한국 정부도 위험에 대비하는 법·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세기 초 화학원소나 간단한 화합물을 이용해서 새로운 화합물을
제조하는 합성화학이 산업 전반에 막대한 변화를 일으켰다.
마찬가지로 21세기에는 인공생명, 합성생물학이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 또한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합성생물학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녹색산업’과 ‘헬스케어’의 두 유망사업을 아우르는 핵심기반 기술로서 그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합성생물학을 통해서 제작된 인공미생물과 박테리아를 사용해서 바이오
연료와 화학제품, 신약개발분야에 혁신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렇게 “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생명체를 인위적으로 창조할 수
있는 원천 기술, 다시 말해서 ‘거대유전자합성기술’이 도래함에 따라서,
이러한 기술을 하나의 근간으로 하는 합성생물학이라는 첨단학문을 국내외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지난 세기 말부터 불거져 온 지구온난화, 화석연료 고갈에 따른 유가상승 및 에너지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섣부른 기대감이 현실화될 때까지는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실제로, 생명현상은 지극히 복잡하고 변화무쌍해서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만을 토대로 해석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다시말해 어떤 생물학적 부품이 실제 생물체 내에 들어가게 되면 목적했던 기능 이외의 현상이 나타날 확률이 훨씬 높아지고
이로 인해 목적했던 기능 밖의 문제점이 더 많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생명’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에 국한되지 않고 ‘논리적으로 가능한
생명’이라는 더 큰 영역을 다루고 있다.
인공생명은 21세기 새로운 생명과학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인공생명은 연구가치가 무궁무진한 분야이다.
어느 연구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인간의 삶과 복지를 향상시킬수 있고
인공생명에 대한 대중적 이해와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서 우리나라를 비롯해세계를 이끌어가가는 신기술이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