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바빌로니아에는 ‘공중정원’이라는 것이 있었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도 꼽혔던 이 정원은 흙벽돌로 성벽을 만들고 그 위에 꽃과 나무를 심은 것이었다고 한다. 멀리서 보면 사막 가운데에 떠 있는 초록의 섬처럼 보였을 것이다. 지금도 이라크 바그다드 근교 바빌론에는 공중정원의 흔적이 남아 수천년 전 경이로운 공중정원의 모습을 상상하게 해준다.
바빌로니아인들이 사막에 정원을 만들었다면, 사막처럼 메마른 현대의 도시에 공중정원을 만들어볼 수는 없을까. 고대인들도 공중정원을 만들었는데 현대의 첨단기술로 높이 솟은 정원을 짓지 못할 이유가 없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가 나무들에게 인색한 것은 땅을 인간들만 가져야 한다는 인간들의 욕심 때문이다. 그 욕심을 조금만 줄이면 땅값 비싼 대도시 중심가에서도 빌딩 사이 좁은 틈을 이용해 인공 숲이나 농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바탕에서 나온 것이 ‘수직형 정원(vertical garden)’이다. (출처: 경향뉴스 구정은기자. 09 07 02)
현대 스위스 바젤의 한 병원 옥상 정원을 추위에 강한 돌나물과 곤충, 새들이 점령했다. 스위스에서는 신축 건물의 평평한 지붕에 정원을 의무적으로 정원을 꾸며야 한다. “건물을 짓기 위해 땅을 빼앗았으니 지붕 위라도 자연에게 돌려줘야죠.” 세계 녹색 지붕 협회 회장인 볼프강 안젤은 말했다.
스웨덴의 플랜타곤(Plantagon)이라는 벤처기업은 얼마 전 나선형 계단을 통해 하늘로 올라가는 거대한 원구형 농장을 만들자는 ‘플랜타곤 프로젝트’를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여러 층으로 이뤄진 온실을 만들면 좁은 땅에서도 충분히 식물을 키울 수 있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이 회사의 한스 해슬레 부사장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맨 아래층에 토마토를 심고 위쪽으로 덩굴을 올리면 한 달 뒤에는 열매를 따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리에 둘러싸인 이 도심형 온실은 시민들에게는 정원이자 과수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슬레는 “20년만 지나면 세계인구의 80%가 도시에서 살게 된다”면서 “도시형 농장을 만드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플랜타곤 측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식료품 가격의 70%가 유통·수송비용이다. 도심에서 채소를 가꾸면 수송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수익성도 충분하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건축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수직형 온실 혹은 도시형 정원 아이디어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출처:경향뉴스 구정은기자 09 07 02)
그리고 스위스 로덴플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마티아스 에글린은 닭을 키울 닭장을 새로 지으면서 지붕에 풀밭을 조성해야 했다. 닭장이 들어선 자리에 원래 풀밭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위스도 인접국인 독일과 마찬가지로 녹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강력한 법을 마련했다. 환경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식물들로 뒤덮인 녹색 지붕을 조성하는 것이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녹색 지붕들이 지평선 쪽으로 솟아 있다. 이곳은 1989년부터 지방 자치 법규에 따라 신축건물의 평평한 지붕에는 모두 정원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캐나다에 본부를 둔 비영리 기업협회인 ‘건강한 도시를 위한 녹색 지붕’의 설립자 스티븐 W. 펙은 이렇게 말한다.
“독일에 가면 높은 빌딩에 한번 올라보세요. 도시 전체에 녹색 지붕들이 가득할 겁니다.”
영국 런던의 전통적인 연립주택가. 벽을 맞대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이곳 집들의 창문을 열면 한때는 낡은 소시지 공장이 보였다. 하지만 이제 주민들은 옥상 가득 야생화가 만개해 있는 건축가 저스틴 비어의 새 집을 볼 수 있게 됐다. 이 태양열 주택은 옥상 정원의 단열효과로 에너지 효율이 더 높아졌다. 런던에 있는 라반 댄스 센터의 신축 건물 옥상에 녹지를 조성한 이유가 단순히 도심에 식물 재배 공간을 확보하려는 것만은 아니다. 이 녹색 지붕은 이 지역 토착종인 검은머리딱새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원래 바위투성이의 건조한 지역에 서식하는 녀석들은 최근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 녀석들이 좋아하는 서식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오래된 건설 현장에서 부서진 잡석들을 가져와 지붕을 꾸몄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이 아파트는 마치 시골 별장 같은 모습이다. 이곳은 한때 아파트 개발업자였던 데이비드 푸치코프가 가족을 위해 만든 쉼터다. 녹색 식물로 파릇파릇한 아파트 지붕은 빗물을 흡수해 유거수(지표 위를 흐르는 빗물)를 줄여준다. 집중호우로 하수구가 넘칠 때마다 인근 허드슨 강이 오염되어 골치를 앓는 뉴욕 시로서는 고마운 시설이 아닐 수 없다.
기존의 옥상 정원에 비해 훨씬 설치가 간편한 녹색 지붕들도 있다. 건축회사인 ‘쿡 플러스 폭스’의 자원봉사자들은 뉴욕 시에 있는 사옥에 ‘그린 팩스’라는 제품을 이용해 직접 녹색 지붕을 설치했다. 이 폴리에틸렌 봉지 안에는 재배하기 쉬운 식물들이 담겨 있다. 배수가 가능하고 지붕 구조물에 뿌리가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는 방수층만 깔아주면 별다른 준비 없이도 설치할 수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도심의 한 버스정류장 위에 자그마한 녹색 지붕이 얹혀 있다. 이 녹색 지붕들은 미국인들의 환경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만든 것이다. 버스정류장 지붕을 설계한 다이앤 로비글리오는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이 이 지붕을 보고 각자의 집 지붕에 다양하게 적용하길 기대한다. 지속가능한 건축 디자인을 주장하는 그녀는 대부분의 유럽국들에 비해 녹색 지붕에 대한 인식이 낮은 미국인들을 상대로 ‘길거리 홍보’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거리에서 한번 보면 녹색 지붕이 뭔지 감을 잡을 수 있으니까요.”
캘리포니아 주 카멜 지역에 위치한 산타루치아 자연보호 공동체는 녹색 지붕 덕에 이곳 집이 오크나무 숲에 포근히 안겨 있는 것처럼 보인다.
‘베이 에어리아’ 건축회사의 조나단 펠드만이 설계한 이 지붕은 화재가 잦은 이 지역에서 방화재 역할도 겸하고 있다.
일본 도쿄의 유서 깊은 임페리얼 호텔 옥상에도 연못 모양의 태양전지판과 함께 녹색 식물들이 조성되어 있다. 많은 녹색 지붕들과 마찬가지로 이 호텔의 옥상 정원도 사람이 직접 거닐 수는 없지만 주변 경관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도쿄는 열섬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대표적인 도시로, 아스팔트 포장도로와 건물들 때문에 최근 몇 십 년 동안 평균기온이 상승했다. 시 당국은 도시 기온을 낮추기 위해 녹색 지붕 설치를 의무화했다.
게다가 방수막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대도시의 버려진 옥상 공간들이 비옥한 ‘농지’로 변신하고 있다. 일본의 유명한 청주 제조회사 하쿠쓰루 사는 양조에 쓰이는 쌀 일부를 도쿄 사무실 옥상에서 재배한다.
캐나다 밴쿠버 아쿠아리움의 ‘녹색 벽’. 양치식물로 완전히 뒤덮인 모습이 마치 고대 유적 같아 보이지만 실은 미래의 친환경 건축의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동식 수직 화분과 내장형 저장 및 배수 시설이 전통적인 격자 울타리로 되어 있어 세팅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
또한 캐나다 밴쿠버에 시범적으로 지어질 예정인 ‘아이즈 하이라이즈(Eyes Highrise) 온실은 30층 건물 높이의 빌딩형 농장이다. 외벽은 태양광 패널과 유리로 만들어져 온실 안을 따뜻하게 할 수 있도록 태양빛을 모은다. 내부에는 층층이 화단을 만들고 수로를 설치해 작물을 키운다.
일간지 밴쿠버선지에 따르면 당국은 지역 공동체별로 이 도심 농장에 구역을 할당, 소규모 농사를 지어 수확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밴쿠버는 이 외에도 지난해 두 건의 도시형 정원 설립 허가를 내줬다. 시 당국은 이것이 미래형 친환경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밴쿠버 광역 도시권의 식량자급률은 1973년 86%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43%에 그치고 있다. 도시형 농장들이 많이 생기면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시 당국은 설명했다.(출처:경향뉴스 구정은기자 09 07 02)
중국에서도 비슷한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이스라엘 건설회사 크나포 클리모르가 설계한 ‘아그로-하우징(Agro-Housing)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양쯔강 중류에 자리잡은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은 개발 바람을 타고 계속 도시권을 확장해가고 있다. 아그로-하우징 프로젝트는 국제지속가능개발 건축설계 공모전에서 우승해 눈길을 끌었다. 이 계획은 농장을 포함한 아파트단지라는 새로운 개념을 담고 있다. 아파트 건물들 사이에 텃밭을 주는 것이 아니라 건물 안으로 농장을 끌어들였다는 것이 새롭다. 설계회사 측은 150가구가 살게 될 아파트 외벽을 유리로 만들고, 주거공간을 온실로 둘러싸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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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이면 중국 인구의 절반은 도시에 살게 된다.
중국에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친환경 주택의 보급은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을 막는 데도 유용하다. 크나포 클리모르는 “아파트의 사방을 식물들이 둘러싸면 냉난방 에너지가 덜 들어간다”며 “유기농 채소를 현관문 앞에서 직접 키워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주민들에게는 엄청난 이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출처:경향뉴스 구정은기자 09 07 02)
이러한 옥상정원들이 도시화 물결 속에 친환경 바람을 불어넣는 결정적인 치유책이 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현실화되지 않은 꿈 같은 제안들일 뿐이다. 캐나다 콴틀렌 공대 지속가능농업연구소의 켄트 멀리닉스는 “도시형 정원이 정말로 지속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며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태양광 에너지와 재활용수로 수십층 높이의 농장을 지탱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정말로 친환경 도심 농장을 원한다면 차라리 햇볕 아래 자투리 땅을 찾아 브로콜리와 양배추를 심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태평양에 면한 벤추라카운티의 ‘첨단 농장(High-Tech Farming) 프로젝트’를 놓고서 논란이 벌어졌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연간 36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주의 농업이 기후변화로 머지 않아 심각한 위협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벤추라카운티에서는 첨단기술을 총동원, 너른 땅에 복층 농장을 만들어 면적 대비 작물 수확량을 기존 농장의 20배로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들은 “지속가능한 친환경 농업 실험이 아니라 첨단을 빌미로 한 에너지 소비형 농업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환경전문가들 중에는 수직형 옥상 정원이라는 아이디어에도 회의를 표하는 이들이 있지만, 결국 삭막한 도시에서 공중옥상정원을 꿈꾸는 이들은 해가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네셔널지오그라피 09년05월호. 경향뉴스 구정은기자 09 07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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