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만드는 만능 도깨비 방망이-3차원 프린터
부엌에 ‘냉장고’가 있다면 사무실엔 ‘프린터기’가 있다.
묵직하니 사무실 한 켠에 자리잡고 하루종일 종이만을 뱉어내는
우직한 운명을 타고난 기계다. 처음 등장했을 때만해도 ‘첨단’이란
이름에 걸맞게 신기했지만 지금은 너무나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는
사무실의 필수품이다.
하지만 최근 ‘꿈의 프린터기’가 등장했다. 이름하여 ‘3차원 프린터기’. 단순히 글씨를 쓴 종이나 그림을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3차원 물건을 집어넣으면 똑같은 모양의 모형을 본 뜰 수 있는 프린터기라고 한다. 사람 손을 집어넣으면 손 모양의 3차원 조각품이 나오고,
사람 얼굴을 들이대면 꼭 닮은 석고상을 예술처럼 뽑아내는
프린터기가 등장한 것이다.
사실 누구나 '내가 상상한 모든 것을 프린터기가 출력해 줬으면…'
하는 상상을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상과 바람이
드디어 현실로 이뤄지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프린터기에 필요한 물건을 입력하기만하면 즉석에서 뚝딱 만들어
준다고 하니 앞으로는 프린터기가 종이만 출력한다는 편견은 버려야할 같다.
우리가 상상하는 디자인의 ‘입체 데이터’만 있으면 그 어떤 것도
똑같이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한번 상상해보자.
2020년 크리스마스 이브의 늦은 밤. 두 아이의 엄마인 K씨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아이들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로 최신형
전동자동차 장난감을 구입했다. 결제를 마치자 모니터에는
‘프린터에 폴리머 카트리지를 넣으시오’라는 메시지가 떴다.
카트리지를 교체하고나니 모니터에는 ‘인쇄’ 창이 떴다.
그녀가 [인쇄] 버튼을 클릭하자 최근 구입한 3차원 프린터가
조용하게 전동자동차를 인쇄하기 시작했다. 10분 정도 지나자
화면에서 보았던 장난감이 실물로 완성돼 나왔다. 그녀는 최신 3차원 인쇄기술이 찍어낸 장난감이 공장생산품 못지않다며 만족해했고
낮에 북적대는 백화점을 안가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전동자동차를 크리스마스트리 뒤에 숨겨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2020년의 평범한 가정의 생활 모습을 상상해보았는데 신기하면서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장난감이 실물로 인쇄되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결제하고 나서 장난감이 배달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결제 후 인쇄 작업으로 넘어간다는 말이 신기하다.
하지만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니다. 최근에 등장한 ‘3차원 프린터’
기술이 가능하게 하고 있다.
또 건축 설계사가 건물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종이와 연필이 필요하다.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정리한 후에 건물을 세부적으로
그리고, 다시 실물의 축소 모형을 스티로폼이나 골판지 등을 이용해서 만들어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렇게 설계한 도면을 출력할 때 종이에 그려진 형태 대신 실제 축소 모형이 3차원으로 눈 앞에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또 병원에서 환자의 MRI나 CT를 찍기만 하면 바로 실물 형태의 내부 장기가 출력돼 나온다면 어떨까?
또 프린터에 종이 대신 합판을 넣는다. 맘에 드는 책상 도면을
인터넷에서 골라 컴퓨터에 입력한 다음 '인쇄'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프린터가 책상을 조립할 수 있는 합판을 찍어낸다.
금을 넣으면 목걸이를, 가죽을 넣으면 구두를, 실크를 넣으면
넥타이를 만들어내는 3차원 프린터를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프린터가 ‘도깨비방망이’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집에 있는 잉크젯프린터로 아이들의 장난감은 물론 각종 부품이나
전자제품, 로봇까지 찍어내는 미래 SF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현실로 등장할 전망이다.
그럼 3차원 프린터는 어떤 것일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프린터’는 컴퓨터로 작성한 문서나
사진 등을 종이 위에 인쇄해주는 기계이다.
이것이 2차원 평면 프린터고, 3차원 입체프린터라면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3차원 프린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잉크젯 프린터’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평면 프린터가 ‘잉크’를 분사하는 것이라면, 3차원 프린터는
액체 플라스틱을 비롯해서 액체 스티로폼, 열가소성 수지, 고분자
같은 것들을 차곡차곡 벽돌을 쌓듯이 분사한다.
물론 이때 평면데이터가 아닌 ‘3차원 입체설계도’를 입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장난감은 물론 핸드폰 등 무엇이든 찍어낼 수가 있다.
아마 입체프린터 기술이 더 발달하면 쇼핑몰에 가서 물건을 사는
대신, 인터넷으로 3차원 설계도를 내려받아서 집에서 인쇄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늦어도 10년 안에는 입체프린터가 보편화 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상하고 있고 그때가 되면 인간의 ‘장기’까지 쉽게 인쇄하게 될
것이다.
사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물체는 삼차원으로 이뤄졌다.
때문에 앞면은 물론 옆면과 뒷면, 그리고 깊이까지 표현이 가능한
3차원 프린터가 있다면 얼마든지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3차원 프린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까지의 재료를 깎고
다듬어서 만드는 기계와 달리 플라스틱, 금속, 고무, 석회 등을
뿌려 집을 짓듯 조금씩 재료를 쌓아올린다.
그래서 고무를 뿌려서 신발 밑창을 만들고, 철을 뿌려서 복잡한
모양의 파이프를, 플라스틱을 뿌려서 휴대폰 케이스를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 또 3차원 캐드 데이터만 있다면 부서져 사라진 물건도 완벽하게 복제할 수도 있다.
이렇게 3차원 프린터를 활용하면 중간에 가공하는 과정없이 곧바로 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자동차나 건축물 같은 갖가지 미니어처를 만드는 데 이용될 수 있고, 뼈 모양이나 피부, 장기 등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의학 분야에서는 더 요긴하다.
만약 오른손의 엄지손가락이 잘렸을 경우 왼손 엄지손가락의 뼈를
복사해서 치료할 수 있게 된다.
그럼 3차원 프린터는 어떻게 등장하게 됐을까?
사실 3차원 프린터 기술은 미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3D시스템즈사의 사장인 ‘찰스 홀’이 1984년 최초로 발명했다.
‘입체 인쇄술’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 기술은, 3차원 프린터기에
자외선을 쪼이면 딱딱하게 굳는 고분자 액체를 사용했다.
그 후 다양한 3차원 프린터가 개발됐으며, 최근에는 흑백에서 나아가 컬러를 구현한 제품도 나왔다. 미국의 Z코퍼레이션의 경우
컬러 잉크를 접착제 방울에 추가해 다채로운 색깔을 구현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현재 3차원 프린팅 기술은 이미 산업 전반에 걸쳐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의료산업에서는 치아 모형, 수술 전 모의수술 실험용 형상 등에
사용되고 있다.
건설산업에서는 소형 건축물 제작이나 실시간 건축 디자인 형상
제작에 실제로 적용된다.
또 자동차 부품을 포함한 모든 3차원 설계 디자인 모형 제작에도
적용된다. 머그컵과 같은 일반 제품부터 문화재 등 예술적 가치를
지닌 형상물의 복제물 제작에도 활용되고 있다.
특히 사진이나 도면 등의 2차원 평면 인쇄와 달리 곧바로 입체를
복제할 수 있는 '3차원 프린팅 기술'은 불과 수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에 제품 모습을 그대로 제작해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차원 프린팅 기술은 이미 제작한 형상물을 복제하거나,
3차원 컴퓨터 지원설계를 이용해 만든 형상을 실물로 제작해낼 수
있기 때문에 설계 오차를 줄이고 반대로 완성된 제품은 상세히
분석해서 기본적인 설계내용을 역추적 설계가 가능하게 하고 있다.
또 3차원 프린트의 경우, 세라믹, 금속, 플라스틱 등 인쇄되는 재료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응용할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인공 대체조직
제작이나 조직 복제 등에 활용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학계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실제로 일부 병원에서는 3차원 프린트 기술을 활용해서
‘샴 쌍둥이’를 수술하기 전 분리된 쌍둥이들이 각기 어떤 모습을
갖게 될지 예측한 사례도 있다.
현재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는 3차원 프린팅 기술이 완성되면 산업
전반에 걸쳐 기획부터 제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인 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럼 3차원 프린터를 활용한 실제 사례들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3차원 입체 인쇄 기술은 일반인들에게는 낯설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프린터가 단순한 종이 인쇄에서 벗어나 이제는 ‘전자산업’과
‘생명공학’에 응용되고 있다
지금 눈앞에서 자신이 원하던 제품이, 상상했던 물건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마우스 클릭 한번하고 스위치를 켠 후 카트리지를 넣어주면 주문한
제품이 무엇이라도 언제 어디서든 우리 눈앞에서
단 몇분만에 만들어진다. 이렇게 재미있고 기묘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줄 마술과 같은 장치를 개발하는 연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장난감이며 꽃병, 안경은 물론이고 전자장치인 라디오, 리모콘,
TV 부품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
또 3차원 프린터로 찍어낸 입체 지형도, 건물 모형, 기계 부품 등
현재 3차원 프린터는 지질, 건축, 기계, 항공우주,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제품이나 견본 제작에 주로 이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금 신형 중장비에 맞는 ‘핸들’을 디자인한다고 생각해
보자.
컴퓨터로 설계한 뒤에 일단 3차원 프린터로 찍어내 본다.
실제 제품과 달리 프린터로 찍어낸 핸들은 플라스틱 재질이지만
모양과 구조는 똑같다. 따라서 플라스틱 핸들을 신형 중장비에
붙여 성능과 외관의 문제점을 따져보고 고칠 수 있다.
새로운 신발을 만들 때도 3차원 프린터로 모형을 찍어 디자인을
검토하고 있다. 고가의 예술작품 모형도 이렇게 만들어낸다.
이와 같은 기술이 완벽해진다면 라디오, 리모콘, 휴대폰과 같은
제품이 한 번에 제작될 수 있다. 또 투명한 고분자와 플라스틱 광 방출장치를 사용한다면 전구를 프린트할 수 있고, 전기를 발생시키는
버튼을 만들거나 전기가 가해지면 구부러지는 로봇용 인조근육도
만들 수 있다.
3차원 프린터는 이미 기술자들에게는 히트 제품이 되고 있다.
어떤 기술자는 자신이 고안한 공간 절약형 엔진 부품의 플라스틱 견본 몇가지를 3차원 프린터로 재빨리 만들어서 예상대로 잘 맞는지 즉시 확인하고 있다.
미 육군은 트럭에 설치된 3차원 프린터로 차량 부품을 인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이 기술은 부품 고장으로 오도 가도
못하는 운전자가 현장에서 3차원 프린터로 부품을 만들어 수리할 수 있게 해준다.
또 미항공우주국(NASA)은 우주 공간에서 3차원 인쇄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이미 무중력 상태에서 3차원 인쇄 시험이 성공했고,
이제 3차원 프린터는 우주비행선 발사만을 기다리고 있다.
3차원 프린터가 우주 공간에서도 제대로 작동을 한다면 우주비행선
에서 필요한 부품을 직접 우주 공간에서 제조할 수 있게 된다.
지상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부품을 조달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상을 가능케 하는 이른바 '3차원 프린터'를 집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아이이어랩이라는 회사는 최근
'데스크톱 팩토리'라는 이름의 3차원 프린터를 개발했다.
물체의 3차원 디자인을 기계에 입력한 뒤 '프린트' 버튼을 누르면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 그 물건이 완성돼 튀어나온다.
재료는 액상이나 가루 플라스틱 또는 나일론이 된다. 이것을 기계
내부의 열로 녹인 뒤 디자인에 따라 특정 형태로 만들어낸다고 한다. 그렇게되면 각종 플라스틱 제품이나 간단한 장난감, 인형, 칫솔,
주방용품 등을 제작할 수 있다.
또 바비인형 디자인과 3차원으로 스캔한 가족의 얼굴사진을 함께
입력하면 가족의 얼굴을 한 바비인형을 만들 수도 있다고 한다.
앞으로는 인터넷으로 각종 원소들로 이루어진 원자, 분자 재료들과
상품 제조법, 요리법을 다운 받아서 가정에 있는 ‘3차원 프린터기’에 입력하면 원하는 요리도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그리고 3차원 프린터를 이용해 ‘인공장기’도 만들 수 있다.
3차원 입체프린터는 카트리지 안에 아주 다양한 물질을 넣을 수 있다. 때문에 액체 플라스틱 같은 화학물질 대신 ‘살아있는 세포’를
카트리지에 넣고 뿌리면 ‘인체조직’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벌써 피부나 뼈는 인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무독성 젤 위에 세포를 뿌리고 다시 젤을 깔고 세포를 뿌리고 이걸
반복한 다음 한동안 그대로 두면 세포끼리 서로 결합해 피부나 뼈로 성장하게 된다. 이런 기술이 보편화되면 화상을 크게 입은 환자도
허벅지나 엉덩이 피부를 떼어내 이식을 받는 대신 ‘인쇄’된 피부를
이식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만약에 불의의 사고로 손가락 하나가 잘렸다고 치자.
그런 상황에서 다른 쪽 손가락을 입력해서 프린트하면 바로 접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꿈같은 일이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신체 일부를 프린트 후 바로 체내에 적용하는 '맞춤형 임플란트'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절단된 신체 부위는 물론 내부 장기까지도
3차원 프린터를 통해 만들고 이식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는 맞춤형 임플란트가 시행되지는 않고 있지만,
이미 대형병원에서 3차원 프린터가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앞으로 3차원 프린터의 가장 큰 활약이 기대되는 분야는
단연 의료용이다.
실제로 서울대학병원, 강남성모병원 등에서는 3차원 프린터 장비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는데 수술 전 의사들이 모여 입체 모형을 놓고
집도회의를 하는 모습이 이젠 낯설지 않은 광경이 라고 한다.
그리고 혈관과 콩팥, 귀와 같은 인간의 장기 등도 실험실에서 만들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영화 제5원소를 보면, 시험관 안의 로봇팔이 생물체의
조직을 빠른 속도로 재생해낸다. 현실에서도 인간의 조직을
인위적으로 이렇게 재생해 내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의 재생 의학 연구팀에서는 인간의 피부와 장기를 연구실에서 만들어낸다. 귀와 같은 피부조직에서부터 혈관과 콩팥, 방광 등 장기를 만든다.
이 기술의 핵심은 프린터에 있다. 잉크가 들어갈 카트리지를 비우고 세포 조직이 담긴 ‘스마트 젤’을 채운다.
이제 컴퓨터로 입력된 자료를 출력하게 되면 3차원의 조직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조직을 움직여줘 인체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기술이 발전하면 10년 후에는 당뇨병과 요실금,
심장병 환자에게도 이 기술이 쓰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지난 1999년에는 7명의 어린이 환자들에게 인공으로 만든 방광을 이식했는데 아직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현재 태아를 둘러싸고 있는 양수 속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배아 모양의 세포덩어리인 배아체를 만드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3차원 프린터로 ‘인공 심장’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소설처럼 들리는 이 연구 작업에 매달리고 있는
학자 중의 한 사람이 일본 토야마 국립대학 과학기술대학원의
나카무라 마코토 교수이다. 그는 앞으로 한 20년쯤이면 이 기술이
실용화돼 장기 이식 수술을 위한 ‘심장’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잉크젯 프린터로 생체를 찍어내는 연구 분야는 현재 형성 단계에
있다. 이 기술은 장기를 수평으로 얇게 저며 각 층별로 세포의 배열
순서를 알아낸 다음 잉크젯 프린터를 사용해 이 순서대로 세포를
분사해 똑같은 3차원의 생체 구조물을 찍어내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프린터가 인쇄할 때 색깔별로 적합한 잉크방울을 분사해내는
것처럼 적재적소에 장기 세포를 분사해주면 3차원의 장기를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3차원 프린터는 의료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3차원 프린터는 샴쌍둥이 분리 수술에서
톡톡히 역할을 해냈다. 샴쌍둥이는 신체의 일부가 붙어있는 상태로
태어난 쌍둥이를 말하는데 이를 분리하려면 신체 내부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정밀검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CT나 MRI로 정밀검사를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래픽에 불과하다. 실제 손으로 수술을 진행해야 하는 의사로서는 머릿속에서 계속 정밀검사 이미지를 떠올려야 하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이때 3차원 프린터로 분리할 부분을 미리 만들어놓으면 미세한
혈관까지 미리 만지고 살펴볼 수 있어 수술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
3차원 프린터는 이렇게 의료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며 앞으로는
신체 일부를 활발히 만들어 낼 것이다.
미래에는 3차원 프린터가 조금 더 다른 영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고로 손가락이나 귀를 잃어버리거나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신체 기관을 3차원 프린터로 만들어 이식하는 것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이미 미국, 독일 등 의료선진국에서는
3차원 프린터를 이용해 뼈나 피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인공적인 장기를 우리 몸 안에 가지고 다닐 날도 멀지 않았다.
인간이 무병장수와 영생(永生)을 꿈꾸는 이상, 인체에 생기는 질병과 장애에서도 자유로워질 것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깨끗한 얼굴 피부를 인쇄해서 하루를 시작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3차원 복사기의 원리를 이용해 필요한 부품을 스스로 만드는 로봇도 발명됐다.
이 로봇은 <터미네이터2>에 나오는 액체 로봇처럼 자신의 모양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사람 모양으로 지나가다가
거미 모양으로 변신하고 싶으면 원래 있던 팔, 다리, 몸통을 기계에
넣고 플라스틱 액체로 만든 다음 거미 모양에 필요한 부품을 3차원
복사기로 그 자리에서 찍어낸다.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 조립하기만
하면 거미 모양으로 변신한다.
제록스 팔로 알토 연구센터에서 일하는 마크 임 박사팀이 개발한
이 로봇은 화성탐사 로봇이 지형에 따라 스스로 모양을 변신하면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산업용이나 탐사용, 군사용 등 다양한 용도로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은 변신하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고 단순한 변형만 가능하지만, 언젠가는 <터미네이터2>에 나오는 액체로봇 T1000에 버금가는 로봇이 등장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결국은 3차 프린터를 이용해서 우리가 좋아하는
애완용 강아지며 고양이 등 인공생명체까지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3차원 프린팅 기술의 한계와 위험도 있다. 잉크젯 기술로
찍어낸 전자제품은 한 번 고장나면 부품을 교체할 수 없기 때문에
수리할 수 없다. 또 기존의 제품보다 가격은 싸지만 성능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인체에 적용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더
늘어난다. 신장 같이 큰 장기의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충분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프린팅 기술로
세포가 빨리 증식할 경우 비정상적으로 성장할 수도 있기때문이다.
또 3차원프린터를 이용해 로봇이 만들어지는 시대가 되면 로봇들이 스스로를 인쇄해서 무한히 숫자를 늘려가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면 우리 삶 곳곳에 로봇이 보편화돼서 생활이 아주
편리해 지겠지만, 반면에 로봇이 인류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게 될 거라고 예언하는 미래학자들도 있다.
그럼 3차원 프린터가 가져올 영향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이처럼 3차원 인쇄 기술은 시제품에서부터 전자, 생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기 위해 연구가 되고 있다.
그리고 미래에 3차원 프린터는 미래의 홈쇼핑 형태를 바꿀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TV홈쇼핑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휴대전화기가 있으면
주문배송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도면을 내려받는 형태가 될 수 있다. 내려받은 설계도면으로 3차원 프린터에서 휴대전화기를
찍어내면 불과 몇 분 안에 TV에서 광고하던 휴대전화기가 내 손에
들어오게 된다.
자신만의 상품을 온라인 쇼핑몰에서 디자인을 내려받아 직접 완성한다거나 할머니가 인터넷에서 안경을 고른 후 몇가지 주문사항을
입력하기만 하면 거실에 있는 3차원 프린터로 새 안경을 만들어서 바로 쓰고 다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때가 되면 ‘공장’과 ‘가정’의 구분이 사라지고, ‘인터넷’이 유통망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신기술은 지금의 제조산업을 확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구입하는 대신 CAD 프로그램으로
설계해서 곧바로 프린터에 보내면 인쇄돼서 책상 옆에서 나오거나
지구 반대편 사무실의 고객이 즉시 받아볼 것이다.
3차원 인쇄 기술이 발달하면 소비자들의 제품 구매 과정에서
제조 업체와 배달 업체들은 모두 필요없게 된다. 공장의 조립라인과 작업 노동자의 역할을 3차원 프린터가 대신하고, 오토바이, 자동차, 비행기와 배달 업체 직원의 역할을 초고속 인터넷망이 대신함으로써 제조 혁명과 유통 혁명이 일어난다. 이는 단순직 노동자의 수요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대신 예술이나 과학기술로 무장한 지식 노동자의 전문 지식과 창의력을 더욱 더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회로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미래에는 모든 가정이 3차원 프린터를 하나씩 갖게 될 것이고
신발이나 포크 같은 일상의 소비재를 모두 프린터로 뽑아내 쓰는
시대가 올 지도 모른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럼 3차원 프린터와 관련해서 우리나라는 현재 어떤지도 살펴보자.
3차원 프린팅 기술은 새로 형성된 시장이면서도,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임의형상제작시스템 시장은 올해에만 전세계적으로 10억달러의 장비 시장과 20억달러의 서비스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특히 산업 전반에 활용분야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바이오시장 등에서 2,3차 시장을 창출해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선점을 위한 각국의 노력도 치열하다.
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3차원 프린팅 기술 관련 특허는 미국이 전체의 25%를 갖고 있으며, 영국 13%, 독일 11%로 3강 체제를 구
축하고 있다. 한국은 5%의 점유율로 중국, 일본, 타이완(이상 4%)보다 약간 앞선 상태다.
과학기술기획평가원 기술예측센터측은 "단순히 서류를 보내는
차원에서 벗어나, 곧바로 실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영화 같은 시대가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는 지난해 과기부가 지원한 중점 국가연구개발 사업으로 국내 기술로 만든 3차원 프린터를 완성해냈다.
스티로폼을 재료로 이용하기 때문에 기존 해외의 3차원 프린터보다 훨씬 빨리, 그리고 싼 값에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제품을 이용해 유명 수석가가 부탁한 1억원짜리 수석(壽石)의
복제 모형을 40분 만에 뚝딱 만들어 주었고 재료값도 2만원밖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큰 3차원 프린터로는 영화 세트, 홍보용 3차원 모델 등을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
한편으론 더 크게 더 빨리 만드는 반면, 한편으론 더 작게 정밀하게
만드는 것도 연구추세다. 작게 만드는 연구는 수십나노 크기의
초소형 단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은 올해 안에는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의 정교한 복제품을 10㎛(1㎛는 1㎜의 1천분의 1)로 제작해서
프랑스 박물관에 기증할 계획이라고 한다. 작게 만드는 입체 모형은 새로운 개념의 반도체 설계 등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현재 3차원 프린터는 대부분 산업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매년 50~60대가 새로 수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 아디다스 신발 연구소에서는 디자이너가 최신 유행의 신형 신발을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설계해 파일로 만든다.
이 파일을 3차원 프린터로 뽑아내면 새 디자인이 만족스러운지,
이상한 곳이 없는 지를 금방 알 수 있게 된다. 이상한 곳이 있으면
컴퓨터의 3차원 디자인 파일을 금방 손보면 된다.
대우종합기계에서는 신형 중장비에 맞는 핸들을 디자인할 때
일단 3차원 프린터로 디자인해 찍어내 본다. 이렇게 나온 플라스틱
핸들을 신형 중장비에 붙여 이것저것 성능과 외관의 문제점을
따져보고 고친다.
이렇게 3차원 프린터가 교육, 의료, 건축, 예술 등 다방면에서
팔방미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머지 않아 3차원 프린터로 각종 전자제품뿐만 아니라 인체조직을
찍어내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세상은 디지털 경제에서 ‘분자경제’로 진입하고 있다.
지금은 3차원 프린터이지만 이를 ‘분자 제조기’에 입력하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모든 것을 만들고 먹고 사용하는 세상으로
바뀔것이다.
우리가 먹고 입고 생활하는데 쓰는 모든 것은 결국 분자로 구성돼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물과 공기 그리고 기타 몇가지 원소 화합물을 집어넣고 ‘햄버거’라는 버튼을 누르면 벨소리와 함께 뜨끈뜨끈한
햄버거가 튀어나오게 할 수도 있다. 또 세탁기는 원하는 스타일의
옷을 선택해서 버튼만 누르면 몇분 후에 만들어지고 냉장고에서는
원하는 음식과 음료를 만들어 질것이다.
무엇이든 만들어 내는 3차원 프린터..
이렇게 3차원 프린터와 3차원 인쇄기술이 우리 세계로 한발 한발
다가오고 있다. 미래의 어느 날에는 모두가 3차원 프린터를 갖고
싶어하고 모든 집에 3차원 프린터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가 기대된다.